by 깜찌기posted Dec 13, 2006
우리는 럭셔리 호텔에서 나와 다시 시내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계속 말을 걸어오는 한량들~~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나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았다. 다들 나랑 대화 한번 하고 싶어서 애를 쓰더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어떤 한량하고는 열심히 대화를 해줬다. 감격해 하는 그 모습을 잊을 수가 없더라~ㅋㅋ
또 한번은 지나가는데 오렌지를 파는 남정네가 우리를 불러 세우더니 오렌지를 하나씩 깍아 주면서 먹으란다. 마침 목도 마르고 가격도 비싸지 않아(한개 50실링, 100실링) 하나씩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그냥 주는거라면서 괜찮으니 하나 더 먹으라고 하는거다. 내가 살짝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니 진짜로 그냥 주는 거란다. 맘 변할까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이렇게, 이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장사를 하는 남자까지도 나를 불러세우니..이들을 위해 여기서 한 1년 정도는 살아줘야 할것으로~~ㅋㅋ
시내를 다 구경하고 저녁을 굳이 사준다는 Africa를 만나러 내가 좋아하는 롬보호텔로 이동했다. 어제 헤어지면서 Africa가 에티오피아 음식점에 데려가기로 했기에 7시에 호텔 앞에서 만나기로 했던거였다. Africa는 차를 가지고 호텔 앞에 이미 와 있었다. 새로운 사실은 Africa가 운전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는 거다. 지난 4년을 알았지만 한국에서는 한번도 볼 수 없었던...ㅋㅋ 장롱 면허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운전을 잘 하시더라. 사람은 역시 관계를 오래 해야해~ㅎㅎ
식사를 하러 가기 전에 Africa는 우리에게 학교에서 만난 노르웨이 친구를 데리고 가자고 요청했다. 우리는 흔쾌히 승낙했고 노르웨이 사람인 ‘랄스’를 태우러 그의 집 앞으로 갔다.
랄스하고 인사를 나누고 에티오피아 음식점으로 출발했다 .
에티오피아 음식은 한국사람 입맛에 딱 맞는 거 같다. 매콤하고, 달콤하고, 담백하고..등등 여러가지 소스를 이용해서 먹는 음식으로 각 소스마다 맛이 굉장히 자극적이고 맛이 좋았다.
도착해서 식사를 주문하는데 랄스가 자기 친구들 2명이 더 올거라면서 양해를 구했다. 또 다른 사람들이 온다는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탄자니아에서 외국인을 사귀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아 적극 환영했다(사실 이들은 모두 남자였다. ㅋㅋ). 독일, 스위스, 노르웨이, 한국 이렇게 4나라의 사람들이 만났다. 탄자니아에서 이렇게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만남을 갖게 되다니.. 기대하지 않았던 수확이었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있어서 그런지 음식도 너무 맛있었다. 분위기도 좋았고, 대화도 좋았다.
뜻하지 않게 여러 가지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들과의 만남이 더욱 좋았던 건 외국인들은 대부분 더치패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식사비를 똑같이 나누어 냈다는 거다. 여러 종류의 음식을 먹고 돈은 나눠 내고 일석 이조의 효과를 보게 되었다. 이런 문화 좋네~ ㅎ
서로가 즐겁고 재미있는 저녁시간을 보내고 각자의 집으로 헤어졌다.
따로 연락처를 받거나 하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뒤로하고 헤어졌다. 이들은 대기하고 있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고 우리는 Africa가 숙소까지 데려다 주었다.
사실 이들과 대화를 많이 한 건 아니다. 여기에는 언어적인 문제가 가장 컸다. 하지만 사람이 살면서 친구를 사귀게 될 때는 언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록 대화를 하는데 조금 불편했지만 따뜻한 눈빛과 애정, 사귀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전 세계 그 누구를 만나도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어를 잘한다면 대화를 하는 데 더 좋은 관계가 형성되겠지만 혹 언어를 못하더라고 친구는 얼마든지 사귈 수 있다. 언어 때문에 친구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오픈하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외국인을 만나도 선뜻 다가설 수가 없었던 나로서는 이들과의 만남은 신선했으며 또 다른 자극이 되었다. 이런 것이 계기가 되어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이 차츰 사라질 것을 안다.
나에게 새로운 문화,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언어, 새로운 만남, 새로운 세상이 탄자니아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그 끝이 어딘지, 무엇인지, 어떤 모양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껏 부푼 마음, 설레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탄자니아에서의 둘째날을 마감할 수 있었다.
<TIP 4. 에티오피아 음식점...
다르에살람에 있는 유일한 에티오피아 음식점으로서 현지인들은 가격이 비싸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오지 못한다. 에티오피아 사람들은‘인제라(Injera)' 라는 음식을 먹는데 인제라는 아프리카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테프(teff)라는 곡물의 가루가 주원료이다. 인제라는 조리방식이 우리나라 부침개와 비슷하다. 하지만 부침개보다도 훨씬 얇다. 얇다고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 뱃속에 들어가는 순가부터 부피가 점점 늘어나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맛은 시큼하고 쫀득쫀득하다. 탄자니아에서의 인제라는 넓고 큰 접시에 각각의 스튜 형식의 소스를 올리고 인제라를 조금씩 떼어내면서 스튜를 싸서 먹는다. 하지만 에티오피아에서는 보통 인제라와 스튜를 따로 담아내고 인제라를 조금씩 뜯어 스튜에 싸 먹는다. 소말리아에서는 인제라를 라호흐(lahoh)라고 한다.
한국인 뿐 만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외국인들도 먹기에 좀 비싼 편이라 3명 이상이 와야만 푸짐하게, 그리고 좀 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2명이 오면 많이 비싼가격에, 종류도 한정되어 있어 좀 불리하다. 그래서 나중에 이 음식점을 가고자 한다면 3명 이상 무리지어, 특히 더치패이가 일상인 외국인들과 갈 것을 적극 추천한다>
<TIP 5. 인제라 만들기...
테프 밀가루에 물을 조금씩 넣으면서 덩어리 지지않게 섞는다. 잘 섞인 반죽은 헝겊을 덮어 실온에서 반죽에 거품이 생기고 시큼해 질 때까지 3일 정도 둔 다음 소금을 넣는다. 반죽은 팬케잌 만들 때 정도의 농도가 적당하다. 솥뚜겅처럼 생긴 조리 도구에 반죽을 부어 앏게 펴가면서 중간정도의 화력으로 만드는데 국자로 떠서 팬에 두르고 표면에 구멍이 나타나고 마르면 꺼내어 식힌다. 쉽게 말해 부침개처럼 만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프랑스 빵인 크레페수제트보다는 두껍고 팬케이크보다는 조금 얇게 만든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