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멋진~posted Aug 15, 2007
지난 토요일에 에이즈 가정을 심방할 때 몇 번을 갔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이 집을 발견했다.
전통 아프리칸 가옥이라고...패스터가 어쩐지 미안한 듯, 부끄러운 듯…
우리로 치면 초가집인 셈.
피그미 빌리지나 박물관에 있는 줄 알았더니 바로 키갈리 시내에도 있었네.
나 자랄 때만 해도 우리 동네에도 초가집이 몇 채 있었다.
그러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날아다니는 기분이 들지?
1980년에 청담동의 한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점심을 먹으러 지금의 도산공원 근방까지 가면
그곳 으리으리한 저택들 사이에 판자 집이 두 채인가 남아있었다.
나도 가난하게 자라서 나름 공부에 대한 한,
부에 대해 거친 마음으로 부모님에 대한 원망이 있었던 때라서
그 판자 집에 누군가 청소년이 자라고 있다면
사회에 대한 저항을 갖고 자라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었다.
엊그제 이 집을 보며 다시 동일한 기도가 나온다.
바로 언덕 건너편에 청담동 저리 가라하는 커다란 저택들이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외국인이 살 수 있는 집 값이 엄청나게 비싸서
보통 600불 선에서부터 어떤 집은 한 달 1,500불짜리도 있다.
아니다. 까치루 저 위의 한 아파트. 아마 르완다 최고가의 아파트인 것 같다.
그 집은 한 달에 2,800불이다.
미국에서 온 자매가 뉴욕보다 비싸다고…
당연한…
대부분이 흙 벽돌 집인데 지금 정부에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얇게나마 시멘트 벽돌을 사용하게 하는데
안전을 생각할 때 시멘트를 조금이나마 사용한 집이라야 외국인들이 살 수 있다.
흙 벽돌 집은 나무 기둥으로 한 번 툭 쳐도 구멍이 뻥 뚫린단다.
외국인 거주자, 선교사는 뭔가 가진 게 있다고 생각되어
도둑 침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곳이라서…
암튼, 그 집에 누군가 살고 있는가? 물었더니 그렇단다.
차마 아이들이 자라느냐고는 묻지 못했다.
무감바지 피그미 빌리지의 아즈만이 생각나기도 하고…
이상하게도 이곳에 와서 아이들이 힘겹게 자라는 것을 보면
꼭 도와줘야 한다는 강박이 너무 심해져서
벌써부터 나를 보호하려는 방어기제가 작동하는가보다.
이 날도 나프탈이라는 아이를 만났는데,
지난 5월에 엄마를 잃은 아이, 교회의 한 성도가 보호하고 있다는데
그녀조차도 하루하루 먹을 것을 염려해야 하는 어려운 형편에
눈도 불편한 모습을 보자니...
아이는 그 몇 달 전의 좋은 혈색을 그새 잃고
오히려 더 작아진 것 같아 마음이 언짢았다.
동네 사람 모두에게 사랑을 받고는 있는 모양인데
아이들이 그것만으로 자라지지는 않으니,
우유를 대 주겠다고 약속하고,
돈을 쥐어주고 나왔지만 그것이 아이를 위해 모두 사용될지도 의문이고…
아, 어려운 사람들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어려운 사람 만나는 것이 자꾸 마음 힘들어지니…
이 집 앞의 망고나무 꽃이 한참 피어 냄새가 지독하다.
망고 잎이 밤 잎 비슷하던데 냄새 지독한 것도 밤 꽃 같다.
저 망고나무 가득한 꽃이 다 망고가 되기를…
그래서 이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수확이 기쁨 가득하길…
그리고 누군가 그곳에서 자라나고 있는 아이의 앞날이
망고 꽃처럼 활짝 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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