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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가 절대 가지 말라고 한 곳이 몇 군데 있다. 자기네도 거기는 위험해서 안 간다며 신신당부를 한다. 하지만 여기 머문 지도 벌써 두 달이 넘었고, 대충 어디가 어딘지 감도 잡아 겁을 잊었으니 가지 말라는 당부가 그곳에 더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다. 한군데는 토니네 집에서 30분 정도 걸어가면 되는 공원이다. 공원은 산 중턱에 있어, 공원에 올라가려면 고불고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그 고불고불한 산길은 산 밖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그 산길은 항상 범죄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단다. 케이프 타운의 자랑이자 상징이라는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을 오르다가도 강도 만나는 일이 일수라는데 이런 조그마한 산 중턱의 공원이야 오죽하겠는가? 거기다가 그 공원에는 그 동네 불량 청년들이 모여 온갖 종류의 약 자시고 대마 한대들 하시는 자리라니 정말 길 한번 잘못 들어 공원에 오르기라도 했다가는 봉변을 당해도 크게 당할 것 같다. 

 

다른 한 곳은 더 무섭다. 근처 타운쉽이다. 영어 사전을 펴 ‘town ship’을 찾으면 1번으로 나오는 뜻이 읍구(邑區), 군구(郡區)다. 행정상 지역을 구분하는 의미이다. 하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타운쉽은 그런 단순한 행정상의 지역 구분을 뛰어넘어 잔인하기까지 하다. 여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타운쉽은 흑인 빈민촌, 판자촌을 뜻한다. 역사책을 제대로 보지 않아 타운쉽이 어쩌다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잘은 모른다. 그저 아는 것이라고는 아파르테이트 시절 백인 정부가 흑인들을 분리 통치하기 위해 도시 외곽 쪽에 만든 흑인 집단 거주지에서 시작되었다는 것뿐이다. 타운쉽 집들은 보통 판자로 지어져 다닥다닥 하니 서로 끝도 없이 붙어있다. 말이 판자집이지 갖다 붙일 수 있는 것은 죄다 가져다 붙여 집을 짓는다. 가게에서 쓰다 버린 간판은 물론이고 때로는 도로 표지판도 뜯어다가 붙인다. 듣기로는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 쪽에 더반의 타운쉽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큰 타운쉽이 있다고 한다. 더반의 어떤 타운쉽도 끝이 안보일정도로 거대한데, 그 쪽들은 얼마나 클지 상상도 안 된다. 타운쉽은 이제 알만한 사람에게는 다 알려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모습이다. 그래서 많은 케이프타운 여행 상품 관광 코스 중에 타운쉽 투어가 끼어 있을 정도다.

 

토니가 타운쉽이 위험하다고 하는 이유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벌어지는 범죄 대부분이 타운쉽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배가 고파 다른 이들의 주머니를 슬쩍 하는 생계형 범죄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강도, 강간, 살인 등 온갖 흉악한 범죄가 끊임없이 벌어지는 곳이 바로 타운쉽이란다. 집단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갱단들의 본거지도 바로 타운쉽이다. 근처에 있는 타운쉽에도 이 근방에서 유명한 갱단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는 자동차를 해체할 수 있는 시설이 있어, 도난 차량들을 해체해 그 부품을 밖으로 내다 판다. 처음에는 훔친 자동차를 그대로 팔았으나, 도난 자동차 단속이 강화되자 훔친 차들을 해체해 부품을 팔기로 한 모양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갱단은 돈 되는 일이라면 강도 짓은 물론이고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돈 안되더라도 강간을 밥 먹듯이 저지른단다. 그래서 토니 뿐 아니라 대부분의 백인과 인도인들도 심지어는 흑인들 조차도 그 곳에 혼자 갈 생각은 꿈에도 안 한다. 친구들은 타운쉽은 커녕 그 앞에 도로 조차도 절대 가지 말란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언제고 한번쯤은 꼭 한번 가보리라 마음 먹었다. 

 

근처에 특이한 교회가 하나 있다는 소리에 구경을 나섰다. 교회는 교회인데 이 곳 토속 종교와 섞인 교회였다. 일요일 아침 일찍부터 교회를 찾아 자리했다. 구경 온 사람은 나인데 언제나 그렇듯 사람들이 신기해 구경하는 것은 오히려 나다. 예배는 한국에서 보아왔던 교회와는 생판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말로만 듣던 토착 종교와 결합한 기독교였나 보다. 하얀 옷을 입은 흑인 목사는 손에 지팡이를 들고 흔들며 분위기를 띄우고 회중은 들떴다. 설교 중간 중간 성도들이 목청을 높여 영화 속 아메리칸 인디언 같은 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줄루어로 진행되는 예배인지라 목사가 뭐라 했는지 설교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다. 옆에 누군가가 나에게 설교 내용을 영어로 열심히 통역해 줬지만 내 귀에는 저 소리나 이 소리나 다 그게 그거였다. 

 

예배가 끝나니 사람들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뭐가 그리 궁금한지 내게 질문 세례가 쏟아진다. 어떤 사람은 나를 전부터 알아왔다는 사람도 있다. 길에서 몇 번 본 모양이다. 그렇게 사람들에 둘러싸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한 아주머니가 나를 점심 식사에 초대를 했다. 자기 집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멀리 외국에서 온 손님이니 꼭 점심 한끼 대접하고 싶단다. 언제라도 괜찮다는 의미로 지금 당장이라도 괜찮다 대답하니, 아주머니는 그러면 지금 당장 가자고 해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아주머니는 내가 동안 눈독 들여온 그 타운쉽에 살고 있었다. 

 

‘갱단이 활개치고 매일매일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난다고는 하지만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 아니겠는가?’

 

호랑이 목구멍으로 고개를 들이밀며 붙들 수 있는 유일한 위로의 말이었다. 이 교회에 다니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 타운쉽에 사는 이들이었다. 내가 아주머니네 집으로 간다니 이들 모두가 같이 따라 나섰다. 언제나 그런지 아니면 손님을 모시고 가는 오늘만 특별한 것인지, 교회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도 그들은 흥겨운 찬송가를 계속한다. 

 

타운쉽에 들어섰지만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얼핏 스무 명도 넘는 사람들이 주위에 계속 머물며 뭐라 재잘재잘 되니 어느 갱단이라도 틈을 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 가진 것도, 아무 힘도 없는 무리지만 이렇게 뭉쳐놓으니 훌륭한 보디가드가 된다. 마음 한 구석은 계속 두려웠다. 케이프타운에 있다는 타운쉽 관광 코스도 아니고, 어찌 보면 이거야 말로 혼자 갱단이 들끓는 소굴 속으로 나 잡아 잡수쇼 하고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판자집 어디서 갑자기 총성이 울리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에 한걸음 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 처음 길을 따라 나설 때 모습은 어디로 갔는지, 이제는 어서 여기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다.

 

나를 초대한 아주머니의 판자집에 들어서 뜨뜻한 밥 한끼 받아놓으니 막혔던 가슴이 그제야 탁 트였다. 내가 무얼 잘 못 생각하고 있었는지 눈물이 핑 돌았다. 여기도 우리처럼 똑같이 밥 없으면 못 사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일 뿐이다. 접시에 손으로 집어먹어야 하는 찐 쌀가루 반죽에 생선 조림 하나. 내 방 두 개 합한 것 조금 못될 정도로 좁은 그 곳에는 세 아이와 그 아이들의 부모, 모두 다섯이서 산다. 그나마 남편이 자리를 비워 아주머니와 세 아들들만이 자리를 했다. 다섯은 그렇게 앉아 밥을 나눴다. 아이는 어느 나라, 민족, 인종 아이나 다 귀엽고 예쁘다. 그 맑고 큰 눈을 깜빡이며 그렇게 수줍게 낯 설은 동양인의 시선을 피해 엄마 치마자락 뒤에 숨는다. 인도인들 틈에서 먹고 살다 보니 이젠 손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데도 익숙해졌다. 새삼 처음 손으로 그 쌀알을 집어 먹던 생각이 났다.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아 반은 흘렸었다. 타운쉽의 아주머니는 내게 손으로도 음식을 잘 먹는다며 칭찬이다. 물까지 구수하게 한잔 얻어먹고 나니 아이들이 나가 놀자고 조른다. 집밖으로 나간 세 꼬맹이들이 집 사이사이를 뭐라뭐라 고함하며 뛰어다니자 금새 열명도 넘게 동네 아이들이 나왔다. 맘 좋아 보이는 가게 주인 아저씨가 축구공을 하나 내줬다. 내가 중국인인줄 알았는지 어설프게 ‘니하오’ 하고 외친다. 그냥 동네 아이들 축구 시합인데 뭐 이리 사람들이 많이 나와 구경하는지 모르겠다. 

 

화장실이 급해 물으니 공중화장실로 안내해 준다. 집집마다 화장실이 있을 턱이 없다. 딱 생긴 모양이 내 어릴 적 살던 시골집의 재래식 화장실 여러 개를 이어 붙인 꼴이고, 언제 펐는지 배설물들이 넘칠 똥, 말 똥 하니 아슬아슬하다. 그 안에 꾸물거리는 구더기들이 보였다. 어릴 적 밤에는 구더기 무서워 화장실도 못 가고 뜰팡에 서서 마당에 다가 힘차게 오줌 발을 뿌렸다. 신나게 뛰어다니는 저 꼬맹이들 중에도 내 어릴 적처럼 밤에는 무서워 화장실도 못 가는 겁쟁이가 있을 것이다. 

 

이곳에도 사람이 먹고, 잠자고, 숨쉬는데 왜 그리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이곳에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잠시 잊었다. 이들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판자집 2층에서 내려다 보는 이들의 시선을 마치 나를 향해 겨누고 있는 총구로 바꾸었다. 어쩌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여기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들을 무조건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시선이다. 타운쉽에 갱단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들이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타운쉽의 모든 사람이 갱단이고 범죄자는 아니다. 이곳에서 난 아무 갱단도 범죄도 못 봤다. 어쩌면 그래서 이곳에서 내 어릴 적 보아오던 시골 동네 따뜻한 인심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토니와 다른 친구들은 그 곳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한다. 아무래도 겁도 없이 마을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모습에 불안한가 보다. 토니와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내가 들렀던 그곳 타운쉽에 가본 친구들이 별로 없다. 어떤 친구는 평생 한번 들러본 적도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곳에 대해 자세히, 잘도 안다. 오늘도 어디서 누가 어떻게 당했다 더라, 그래서 거기는 어떻게 위험하다 더라 너무 잘 안다. 그런 이야기들이 들려도 너무 자주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무서운 것은 타운쉽 밖 사람들이 타운쉽 안 사람들을 모두 범죄자 취급한다는 것이다. 손님 초대하여 밥 한끼 줄 수 있는 아주머니도 그들에게는 범죄자이다. 그 큰 눈을 깜빡이며 처음 보는 동양인을 신기해 따라다니던 꼬마 친구들은 어린 범죄자 또는 범죄자의 자식 취급을 당한다. 그들은 엄연한 피해자이다. 그들의 땅과 모든 것을 빼앗겨 한 곳으로 몰리고, 거기서 꼼짝도 못 하게 매였다. 이제 세월이 흘러 자유를 얻었으나 아직 그들은 거기에 있다. 전에는 어쩔 수 없이 못 벗어났지만 이제는 벗어날 수 있어도 못 벗어난다. 돈이 없다. 아직 세상이 공평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빼앗긴 자들은 아직도 저리 살고, 빼앗은 자들은 아직도 떵떵거리니 말이다. 그만으로도 억울한데 빼앗은 자들이 빼앗긴 자들에게 강도 놈들, 도둑놈들이라며 손가락질 한다. 아둥바둥 먹고 살려 여자는 남의 집 식모로, 남자는 머슴으로 나간다. 어쩌다 약간 게으름이라도 피웠다가는 그나마도 다른 이들에게 자리를 뺏긴다. 식모, 머슴 일거리라도 잡은 사람들은 나은 편이다. 일자리가 없어 타운쉽 곳곳에 낮 동안 내내 뜨거운 햇볕을 피해 낮잠으로 시간을 때우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좀 산다는 사람들에게 타운쉽 사람들은 두 종류인 듯싶다. 말 좀 잘 들으면 식모, 머슴이고 말 좀 안 듣는다 싶으면 범죄자다. 사람 편견이라는 것이 이래서 무섭다. 이렇게 얼핏 한번 들어와 본 것 만으로도 이 이방인은 이 곳에도 사람들이 이래저래 나름 정겹게 살아가고 있다 감이 오건만, 여기서 사오십 년 살았다는 친구들은 아직도 이 타운쉽에 아주 흉악한 범죄자들만 모여 사는 줄 안다. 

 

친구들에게 욕 먹을까 타운쉽에 들렀던 일은 비밀로 했다. 만약 이야기하면 다들 노발대발할 것이라는 것은 안 봐도 뻔한 일이다. 내가 사람 사는 곳에 간 것이 아니라, 범죄자들이 설치는 곳에 갔기 때문이다. 

 

타운쉽 공터에서 뽀얗게 이는 먼지 다 뒤집어 쓰며, 무르팍 다 까져가며 공을 차는 아이들, 그리고 그 바로 맞은 편, 겨우 길 하나 건너 학교에서는 이 아이들과는 다른 아이들이 푸른 잔디 위에 하키와 럭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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