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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소녀 케이프타운을 조금 벗어나자마자 기대하던 아프리카의 모습이 펼쳐졌다. 군대 있을 때 휴전선 근방에서나 볼 수 있었던 넓은 초원과 얕으만한 언덕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 얕은 언덕 꼭대기엔 조그만 마을들이 듬성듬성 모여 있었다. 저 곳에는 누가 살까? 저 곳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할까? 햇살이 따뜻하니 좋았다.

 

케이프타운에서 더반까지 버스표에는 28시간 정도 걸릴 거라 적혀 있긴 하지만 듣기로는 30시간은 족히 걸릴 거란다. 한국에서 비행기 타고 여기까지 온 시간보다도 10시간이나 길다. 이 긴 시간 동안 무얼 해야 하는지 걱정이 잠깐 들었으나, 곧 버스 승객들과 이 이야기, 저 이야기 하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특히 내 양쪽에, 각각 배우 지망생과 레즈비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두 남아공 친구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뭐라 뭐라 따불따불 한다. 무언가 열심히 드시는 흑인 아주머니, 저쪽 버스 뒤 칸에 앉아 누가 볼세라 몸을 홱 돌리고 아기 젖을 물리고 있는 새댁, 지루한 표정으로 멍하니 창 밖을 내다보고 있는 아가씨. 뭐가 불만인지 울며불며 칭얼대는 대여섯 살짜리 꼬맹이들, 원래 서로 알고 지냈는지, 아니면 이 버스에서 처음 만난 이들인지는 몰라도 두 아주머니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앉아 열심히 수다 질이다. 버스 정류장에서는 TV영화 속에서나 보아왔던, 곰만큼이나 덩치 좋은 아주머니들이 제 덩치만한 짐들을 머리에 이고, 지고, 손에는 꼬맹이들 달고서 버스로 돌진하는 모습은 아마 당분간은 잊지 못할 장관이었다. 버스에서 난생 처음 하룻밤을 꼬박 보냈다. 레즈비언 친구는 중간에 내렸고 그 자리는 아침까지 비어 있었다. 오지도 않는 잠을 억지로 청해 겨우 몇 시간 눈을 붙였다. 햇살이 따가워 눈을 떠, 몇 시냐 옆에 물으니 겨우 아침 7시란다. 벌써부터 해가 참 따갑다. 대충 눈곱 떼고 자리에 앉아 있으려니 버스가 휴게소에 들어선다. 화장실도 갈 겸, 아침 먹을 거리도 좀 사러 버스에서 내렸다. 허기가 져 죽을 지경이다.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자리하고 샌드위치와 콜라 한잔으로 아침을 들었다. 눈으로 멀리 초원들을 훑다가 금방 지겨워져 사람들로 눈을 돌렸다. 열심히 짐을 버스에 올려놓는 흑인 아저씨, 열심히 또 짐을 버스에서 내려놓는 흑인 아주머니, 아까 버스에서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있던 새댁은 미리 준비한 도시락을 꺼내 애 한입, 자기 한입 하며 아침 식사 중이다. 그리고 새로운 승객들. 거의 모든 휴게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들이었다.

 

그런데 그 중,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가 하나 저기 있다. 소녀였다. 긴 금발 머리를 뒤로 묶어, 한 갈래 아래로 따놓은, 눈이 마치 푸른 보석 같이 반짝이는, 콧날은 또 너무 오똑해 인형의 것이라 해도 그만할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소녀가, 영화에서나 보아오던 아름다운 백인 소녀가 하나 버스에 오르고 있다. 그녀는 버스에 올라 가방이 무거운지 낑낑대며 천천히 버스 앞자리에서 뒷자리로 빈자리를 찾아 걷는다. 얼른 먹던 샌드위치를 한입에 털어 넣고, 콜라를 잔뜩 들이켜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 재빨리 버스로 올라 그녀의 뒤에 서, 친절하게 '도와 드릴까요?' 말했다. 다행히도 그녀는 '네. 부탁 드려요.' 대답한다. 그녀의 가방을 받아 들고 내 옆자리로 안내했다. 새벽까지 레즈비언 친구가 앉아 있던 그 자리로. 자리에 앉은 그녀는 여느 승객과 달랐다. 지금 까지라면 그녀 역시 여느 승객들처럼 이 누런 피부의 황인에게 관심을 보이며 어디서 왔냐, 이름은 무엇이고 하는 등등 여러 가지 정신 없이 물어 봐야겠지만, 그녀는 그저 자리에 앉아 사람들을 찬찬히 훑어본다. 아무것도 묻지 않는 그녀가 조금은 서운했다. 나도 그녀의 눈을 쫓아 그녀가 보는 곳을 따라 보았다. 어제 내내 그리고 밤새 보아왔던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전혀 다를 바 없이 서로 이야기 나누고, 자고, 지루해 하고 있다. 버스가 이미 출발했는데도 여전히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그 사람들을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다.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그 눈은 누군가를 찾는 다기 보다는 그저 그 사람들을 관찰하고 있는 듯한 눈이었다. '그녀도 나처럼 외국인일까?' 어떻게 말을 걸어 인사를 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 소녀가 알지 못 하게 곁눈으로 슬쩍 슬쩍 그녀를 보았다. 마치 예쁜 자기 짝꿍을 수업 중에 곁눈으로 힐끔힐끔 바라보는 초등학생처럼이나, 창 밖 한번, 소녀 한번 하면서, 설사 눈치라도 챌라 조심스럽게 소녀를 바라보았다. 하얀 원피스 치마가 땋아 내린 머리와 참 잘 어울렸다. 파란 눈과 금발은 뽀야니 깨끗한 피부와 참 잘 어울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문득 들었다. 다시 한 번 그녀를 머리부터 보았다. 금발, 눈, 코, 하얀 원피스, 맨발.

 

'맨발?'

 

눈이 발에 이르자 의아해졌다. 틀림없이 맨발이다.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는 쭉 맨발이었다. 휴게소에서 맨발로 아스팔트 길을 밟아 버스로 향했고, 맨발로 버스에 올랐고, 맨발로 자리까지 갔고, 맨발로 자리에 앉아 지금도 맨발로 자리에 앉아 있다. 혹시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혹시 정신이 좀 이상한건가?' 사실 우리나라에서 맨발로 버스에 오르는 여자를 찾아보기란 하늘에 별 따기이다. 설사 그런 여자가 있다면 대번에 정신 나간 여자라는 의심을 받을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까지 생각이 이르자 멍하니 사람들을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조차도 안쓰러웠다.

 

'아! 저렇게 고운 소녀가, 어린 나이에 참 안됐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는 그녀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영화에서나 보아오던 아리따운 백인 소녀를 향한, 동경 어리던 내 시선은 이제 동정의 시선이 되어 버렸다. 머릿속에선 온통 안됐다는 생각뿐이었다. 결론이 그렇게 나자, 이젠 이런 소녀를 혼자 버스에 태우는 남아프리카 사회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녀의 부모가 누구인지, 어쩜 부모가 없을 수도, 부모가 없다면 보호자는 어쩌자고 저렇게 혼자 버스에 태워 보내자는 것인지 하며 혼자 화를 냈다. 거기다가 저 무거운 짐까지 들려서 말이다. 소녀가 더 가여워 보였다. 처음에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까 하던 고민은 어느 새 사라져 버리고, 앉아 혼자 씩씩거리며 머릿속으로 무섭게 화를 냈다. 옆에서 배우 지망생은 신문을 보며, 유명한 팝가수 에브릴라빈(Avril Lavigne)이 더반에서 공연을 한다고 시끄럽게 수선이다.

 

'이봐, 자네, 아무리 어리다지만 에브릴라빈 보다도 더 예쁜, 이 정신 지체 소녀가 보호자도 없이 혼자 여행한다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단 말인가?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떡한단 말인가? 너희 남아공 사람들은 대체 이런 사람들에 대해선 전혀 신경도 안 쓴다 이건가?'

 

이젠 옆에 앉아있던 애꿎은 배우 지망생에게도 화가 났다. 뚱한 표정으로 관심 없다고 대답하고 적어도 이 불쌍한 소녀가 버스에서 내리기 까지는 내가 지켜 주겠다고 혼자 다짐한다.

 

혼자 화도 내며, 다짐도 하는 사이 버스는 십분 정도 달린 듯싶었다. 그녀가 갑자기 발아래 내려놓았던 짐을 짐 선반에 올리겠다고 낑낑댄다. 다짐대로 얼른 일어나 짐을 얹어주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는 모습은 지극히 정상인이었다. 드디어 그녀가 내게 질문을 시작했다. 난 그녀가 행여 잘 못 알아듣기라도 할까봐 잘 되지 않는 영어였지만 또박또박 대답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녀 역시 외국인인 나를 위해 참으로 또박또박, 그리고 내가 잘 못 알아들을 때마다 더 쉬운 단어를 사용해 더 또박또박 세심하게 배려하며 이야기한다. 차라리 옆에 앉아 있는 배우 지망생 보다는 몇 배나 배려해주면서 말이다.

 

"저, 실례지만 왜 신을 벗고 계세요?"

 

"이상한가요?"

 

"예, 우리나라에서는 신을 벗고 거리를 걷지 않거든요."

 

"여기서는 전혀 이상한 게 아니랍니다. 아마 여기 있는 동안 신을 벗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순간 웃음이 피식 났다. 차마 그녀에게 '난 당신이 미친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지만 혼자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우습게도 미안하게도 생각 들었다.

 

어릴 때, 할머니께서 아프리카 다큐멘터리를 보며 왜 저 치들은 보기 흉측하게 머리를 빡빡 깎고 다니냐고 말씀하셨다. 그 때 난 할머니께

 

‘할머니께서 잘 모르셔서 그러는데요, 원래 저 친구들은 머리가 다 저래요.'

 

나 역시 그 잘 모르시던 할머니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주제에 말이다. 잘 몰라서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오해해 혼자 불쌍하게 여기고, 혼자 화내고, 혼자 지켜주겠노라 다짐하고 했던 참으로 바보 주제에 뭘 안다고 할머니께 원래 저 친구들은 저렇다고 설명을 했단 말인가? 뭘 안다고 아프리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혼자 신나 따따부따하고 잘 난 척 했단 말인가? 오만 방자했던 아프리카 연구생이 고개를 숙이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과연 우리 눈에 얼마나 자신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과연 어느 누가 그 맨발의 소녀를 보고 제대로 정신이 있는 여자라 생각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오히려 지금까지 돌아다니는 동안 보아왔던 그 어느 누구보다도 친절했고, 아름다웠다. 그런 그녀를 대체 무엇이 나로 하여금 정신 나간 여자로 보게 했을까? 26년 여간 나를 키워낸 문화가 그랬던 것이다. ―아직 공부가 모자라 사회라고 해야 할지 문화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서는 문화라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여기서 문화라는 것을 왈가왈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무안하고 부끄러울 뿐이다― 내 머리는 자라는 동안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을 통해, 상식이라는 이름의 고정 관념으로 온통 채워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흔히 말하는 문화 충격이란 다른 문화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 받는 충격이 아니라, 다른 상식을 보며 자신의 상식이, 고정 관념이 깨질 때 오는 것이 아닌가 한다. 차창 밖에 펼쳐진 넓은 대지를 보며 '과연 아프리카답다!' 라고 감탄 하던 모습조차도 부끄러워진다. 대체 아프리카다운 풍경이란 무엇인가? 동물의 세계에서 본 바로는, 넓고 넓은 사바나 그리고 듬성듬성 서 있는 못 생긴 나무들, 사자가 누우 떼를 덮치고, 치타가 영양을 쫓아 시속 100 Km로 달리고, 코끼리 떼가 지겨운 발걸음을 느릿느릿 옮기는, 그런 풍경이 아프리카다운 풍경이었다. 대학 시절, 언젠가 '아프리카 사회와 문화' 라는 수업의 첫 시간에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작은 쪽지를 나눠주고 아프리카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을 하나씩만 적으라 했다. 기억으로는 그 때 태반 이상의 학생이 '야생 동물' 이라고 답했다. 이 정도로 아프리카는 야생 동물의 왕국이고 어딜 가도 사자, 치타, 영양 등의 동물들을 쉽게 볼 수 있는 땅으로 고정되어 버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잘난 척 좀 한다고 그 쪽지에 근사하게 '성인식' 이라고 적었다. 이런 내 기대를 만족시켜주기 위해서는 각 아프리카 부족은 - 비록 지금 나는 '아프리카 민족' 이라고 표현하지만 그 때 내겐 '아프리카 부족'이었다 - 나름의 성인 의례를 위해, 돌로 만든 칼로 할례를 하고, 몸에 상처를 내며, 염소를 잡아 염소 피를 마시고 그 피를 몸에 바르고 사자를 사냥하러 가야만 했다. 버스 창, 바깥 풍경에는 사자도, 치타도, 코끼리도 없었다. 보이는 동물이라고는 가끔 농장에서 키우는 양, 소, 말, 타조가 다였다. 어디에도 몸에 화려한 무늬를 집어넣고, 귀나 입술에 주먹이 들어갈 만한 구멍을 뚫은 사람을 볼 수 없었다. 할머니가 보기 싫어하던 짧고 꼬불꼬불 엉킨 머리가 많긴 했지만, 길게 기른 친구들도 꽤 많이 보였다. 물론 우리가 다큐멘터리를 통해 보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상상해 오던 그런 아프리카의 모습들은 틀림없이 여기 어딘가 땅에 존재할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다큐멘터리 만드는 사람들이 없는 걸 거짓으로 만들었을 리는 없지 않은가? 문제는 그 것이 아프리카의 모든 것이라는 착각이다. 그 착각이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지만, 아프리카는 동물과 원시 부족들과 식인종들이 우글대는 땅으로 아직까지 우리에게 남아있다. 1주일 정도 밖에 머물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 지나온 곳에서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잠깐 잠이 들었다. 햇살은 따스하다 못해 따가울 지경이다. 그나마 버스 에어컨 바람이 있어 살만하다. 버스 안의 풍경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맨발 소녀가 없어진 것만 빼고는 말이다.

 

그 곳에 있는 동안 내내, 나는 어디 나갈 때 마다 신발에 양말까지 다 신는다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아왔다.

 

 


 

<쪼콩>

두번째 이야기 '맨발소녀' 입니다^^

정말 이쁜 소녀였어요.

아직도 얼굴이 생각날 정도네요ㅋ(이글 우리 아내님이 보시면 난 죽었다. ㅋ)

내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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